진료실에서 “관절염 2기입니다” 또는 “4기까지 진행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숫자만으로 앞으로의 치료가 정해질 것 같습니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기준이 Kellgren–Lawrence, 줄여서 KL 등급입니다. 무릎 X-ray에서 관절염의 구조적 변화를 0부터 4까지 정리한 분류입니다. 등급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통증과 앞으로의 경과를 모두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 연구도 바로 이 숫자 다음의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KL 등급은 사진에서 무엇을 보나요?
뼈와 뼈 사이의 관절 간격, 관절 가장자리의 골극, 연골 아래 뼈가 하얗게 치밀해지는 경화, 뼈 끝의 변형을 함께 봅니다. 골극은 관절 가장자리에 덧자란 뼈입니다. 관절 간격이 좁아진 모습은 연골과 연골판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며, X-ray에서 연골 자체가 직접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표는 널리 쓰이는 원래 KL 기준을 환자용으로 풀어 쓴 것입니다. 1등급은 변화가 의심되는 단계이고, 2등급부터는 뚜렷한 골극이 관찰됩니다. 4등급은 심한 관절 간격 감소와 골성 변화가 있는 단계입니다. 이 표의 숫자를 연골이 남은 비율이나 통증 점수로 바꾸어 읽지는 않습니다.
| 등급 | 주요 영상 소견 |
|---|---|
| KL 0 | 관절염을 시사하는 뚜렷한 변화가 없습니다. |
| KL 1 | 관절 간격 감소가 의심되고, 골극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 KL 2 | 뚜렷한 골극이 있으며, 관절 간격 감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
| KL 3 | 여러 골극과 뚜렷한 관절 간격 감소, 일부 뼈 경화가 있습니다. 뼈 끝 변형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
| KL 4 | 큰 골극, 심한 관절 간격 감소와 뼈 경화, 뚜렷한 뼈 끝 변형이 있습니다. |
KL 4면 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나요?
4등급은 사진에서 관절염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진이 비슷해도 잘 걷고 잠을 잘 자는 분과, 통증 때문에 생활이 크게 줄어든 분의 치료는 다를 수 있습니다. 걷기·계단·수면의 제한, 진찰 소견, 운동치료와 약물치료의 효과, 전신 건강을 함께 평가해 수술 시기를 의논합니다.
반대로 등급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통증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연골판 손상, 활막의 염증이나 다른 부위의 문제가 증상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등급과 지금의 불편을 나누어 설명한 뒤, 둘을 함께 치료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KL 2라도 무릎의 모습과 경과는 다릅니다
저희 그룹은 OAI와 MOST의 무릎 10,804개 자료에서 골극이 두드러진 형태와 관절 간격 감소가 두드러진 형태를 구분했습니다. 같은 초기 KL 등급 안에서는 두 형태의 통증과 기능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이후 KL 3 이상으로 진행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KL 2에서 골극이 두드러진 군은 관절 간격 감소가 두드러진 군보다 KL 3 이상으로 진행하기까지의 추정 평균 기간이 약 5.4배 길었습니다. 나이·성별·체질량지수를 보정한 연구 결과입니다. 이 수치는 개인에게 남은 기간이나 수술 위험이 5.4배라는 뜻이 아닙니다. “몇 기인가”에 더해 “어떤 변화로 그 등급이 되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OAI와 MOST는 어떤 자료인가요?
OAI는 미국에서 45~79세 남녀 4,796명을 모집해 오랫동안 관찰한 관절염 연구입니다. MOST는 처음에 50~79세 3,026명으로 시작한 별도의 장기 추적 연구이며, 이후 새로운 참여자를 더 모집했습니다. X-ray와 MRI뿐 아니라 통증, 기능, 체중과 활동에 관한 정보를 반복해서 모았습니다. 같은 사람의 무릎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연구마다 사용할 수 있는 촬영 시점과 항목, 제외 기준이 달라 분석 대상의 수는 달라집니다. 참여자 수와 무릎 수도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한 자료에서 만든 예측 방법을 독립적인 다른 자료에서 평가하면, 처음 분석한 집단에서만 잘 맞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관절염의 진행을 어떻게 예측했나요?
다른 연구에서는 처음 KL 0~2인 무릎을 대상으로 OAI의 5,966개 무릎에서 예측 모델을 만들고, MOST의 3,392개 무릎에서 외부 검증했습니다. 4~5년 뒤 X-ray 등급의 진행을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처음의 KL 등급, 반대쪽 무릎의 관절염, 안쪽·바깥쪽 관절 간격 감소, 체질량지수와 통증·기능 설문 점수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외부 검증의 AUC는 0.76이었습니다. AUC는 진행한 무릎과 진행하지 않은 무릎을 구분하는 능력이지, “이 환자가 진행할 확률이 76%”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연구가 예측한 것은 영상 등급의 변화이며, 통증의 악화나 인공관절 수술 날짜를 직접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등급 다음에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요?
내 사진에서 안쪽과 바깥쪽 중 어디가 좁아졌는지, 골극과 다리 정렬은 어떤지 확인해보세요. 이전 사진과 비교할 때는 체중을 싣고 찍었는지, 무릎 굽힘과 회전이 비슷한지도 살핍니다. 촬영 자세가 달라 보이는 차이를 모두 관절염 진행으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진료에서는 걷는 거리, 계단, 잠과 운동에서 달라진 점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KL 등급으로 현재 구조를 설명하고, 세부 영상 지표와 추적 자료로 경과를 살피며, 실제 치료는 증상과 생활 목표에 맞춰 결정합니다. 더 정교한 영상 연구가 환자에게 돌아와야 하는 모습도 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